독서의 목적을 크게 나누면 정보얻기와 카타르시스 느끼기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책에는 정보는 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내가 원하는 정보이든 원하지 않는 정보이든 정보는 들어있습니다.
유머이든, 상식이든 교훈이든 그 모든 것은 정보입니다.
또한 책 속에서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들어있습니다.
웃게 만드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긴장감을 주어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즐가워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보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독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무엇,
진리이든, 삶의 지혜든 '아하 그런 것이었어'하는 깨달음을 얻을 때
느낀 즐거움은 우리 안에 오랜 여운으로 남습니다.
그냥 속 뜻을 모르고 낭송하던 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희열,
어느 한 구절 속에 녹아있는 심오한 의미의 발견,
내 가슴에 새기고 싶은 멋진 명구의 발견,
그러한 구절을 되뇌이며 우리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얻는 즐거움으로 인해 우리 인체에선 행복물질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재독에 재독을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얻거나
깨달음을 얻는 기쁨을 위해 어려운 책도 소화해보려 노력할 일입니다.
진정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무슨 일에든 통과의례란 것이 있습니다.
조금은 나를 괴롭혀야 통과의례를 지나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조금은 전에 보다 힘을 들여야 더 높은 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을 선택해야 독서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숨가쁜 훈련을 해야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인내와 의지가 당연히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유아적인 독서에서 벗어나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도서의 선택을 필요로 하는 건 당연합니다.
독서에도 유아적 독서, 아동적 독서, 성인다운 독서의 급이 있습니다.
내 독서의 급을 높일 수 있을 때 나는 지금보다 나은 교양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독서에도 급이 있다. 내가 지금 어떤 책을 주로 읽느냐가 독서의 급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가 내 독서의 급이다. 다소 어렵다고 늘 읽던 패턴의 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는 늘 그 급에 머물러 있다.
다소 어려워도 조금씩 수준을 높여가는 책의 선택이 내 독서의 급을 높여준다. 처음에는 새로운 선택이 짜증도 나고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 수준을 통과하고 나면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다.
내 지식의 품위, 내 교양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어떤 층위의 책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책을 먹는다. 다양한 책을 먹는다. 그리고 그 책을 소화한다. 나는 오기를 가지고 어려운 책도 씹어 먹을 것이다. 그것이 내 독서의 급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