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참으로 외설스러운 그림이 있다.
프랑스 화가 장 레옹제롬(1824~1904)이 그린'배심원
앞의 프리네'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백옥 같은 피부의
날씬한 여성이 무슨 이유인지 수많은 남성들 앞에서
옷이 벗겨진 채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해서일까
얼굴을 가렸다.
작품 속의 여성은 기원전 4세기경쯤 그리스 아테네에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조각상의 모델이기도 했던
‘프리네’라는 아름다운 여성 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항상 질투와 시련이 따르는가보다.
아타깝게도 이 절세의 미녀는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애욕에 눈먼 이의 질투로 인해 아테네 법정에 서게 된다.
'프리네'는 뛰어난 미모 로 그 당시 아테네 남자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직업적으로 남자를 상대하는 여자였는데 아무리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라고 해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절대로 사랑에 빠 지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이런 성격이 결국 화를 부르고 만다.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거절당한 고관대작인
'에우티아스’가 앙심을 품고 프리네에게 신성모독죄라는
누명을 씌웠다.
당시 신성모 독죄는 사형에 해당되는 죄였기 때문에,
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는 남도 죽인다는 무서운 복수심은
정말 애욕에 눈이 멀었다는 말밖에는 할 수없다.
비겁하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하니까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치고는 참으로 가혹하다.
▲'배심원 앞의 프리네'. 장 레옹 제롬(Jean Leon Gerome), 1861년, 캔버스에 유채, 113×148㎝, 독일 함부르크시립미술관 소장.
프리네의 애인이었던 ‘히페레이데스’는 변호를 맡아
배심원들에게
‘신에게 자신의 모습을 빌려 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를 죽일 수 있겠는가?’
하면서 배심원들 앞에서 그녀의 알몸을 공개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알몸을 본 배심원들은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해 '프리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배심원들의 판결문은 다음과 같았다.
“저 아름다움은 신의 의지로 받아 들여야만 할 정도
로 완벽하다.따라서 그녀 앞에선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섬세하고 고전적인 스타일로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회화와 조각으로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제롬은 이
극적인 장면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묘사 했다.
히페레이데스에게 옷이 벗긴 채 아테네 법정에서
배심원들 앞에 서 서 있는 프리네는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있다. 화면 왼쪽 끝에는
그녀를 신성모독죄로 고발한 에우티아스가 있는데
히페레이데스가 그의 얼굴을 프리네의 옷으로 가려버렸다.
그는 프리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한 것처럼 보인다.
붉은 옷을 입은 배심원들은 그녀의 알몸을 보고는
경탄해 마지않는 것처 럼 보인다.
판결을 하기 위한 관찰자이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는 증인인 것이다.
원래의 이야기에서는 프리네가 법정에서 가슴만
보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롬은 그림에서 프리네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몸매를 더 드러나도록 확대시켜
극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여기서 우리는 배심원들이 내린 판결은 정당한지
의문이 간다. 과연 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름다움은 무죄인가?
아니면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의 승리인가?
에로스적인 대상으로 바라 본 아름다움의 승리는
아닌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소유욕은 불가분의
관계일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애욕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숭고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
이라고 한 칸트의 말이 정확한 판결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