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분홍 온갖 교태(嬌態)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예쁜 ‘꽃’들도 해 지고 밤(夜)이 되면
모두가 어둠 속에 묻혀 같은 색깔(同色)이 되고; 천하제일(天下第一) 권세가(權勢家)와
부호(富豪)라는 사람들도, 생전(生前)의 영웅호걸(英雄豪傑) 경국지색(傾國之色) 절세미인(絶世美人)도 이승의 울타리 넘어서면 백골(白骨)된다네. 있음을 자랑하고 높음을 뽐내며 무너지고 사라질 물사(物事)에 목을 매고 단풍(丹楓)놀이 영원(永遠)할 듯 기뻐 웃는 어리석은 사람들아! 엄동설한(嚴冬雪寒) 매서운 바람
이제 곧 닥쳐오리니, 소리 없이 흐르는 세월(歲月) 앞에 금석(金石)인들 온전할까? 보시게.
그 많은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희희낙락(喜喜樂樂) 쳐다보던 ‘한가위’ 둥근 달도 이제 겨우 며칠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찌그러졌는데....... 살아서는 남들의 질시(嫉視)와 손가락질 받기 쉽고 죽어서는 후세인(後世人)들에게 욕(辱) 듣기 쉬운 속세(俗世)의 지위(地位)와 부(富)가 얼마나 가겠는가? 그러니...... 높은 자리 물러나서도 손가락질 아니 받고 빈한(貧寒)해져서도 천대(賤待)받지 않고 죽은 뒤 욕(辱)먹지 않으려거든, 높을수록 너그럽고 있을수록 겸허(謙虛)해야 하는 법(法)이라네. 색즉시공이란?
-우물 속의 달(詠井中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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