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발연구원에서는 많은 유명인사를 초청하여 한국을 변혁시키는 강의를 이끌어 왔습니다. 오늘은 가림성(www.garimsung.com 자유게시판)에 올려 있는 인요한 연대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좀 긴 내용이지만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우리가 잃어버린 1%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한국땅에서 태어나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이 발전해온 그 격변의 시기를 모두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95년 한국에 온 나의 진외조부님부터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나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연세대 의대의 정원 외 입학을 하거나 가장 젊은 부서장이 되는 등 많은 특혜를 얻은 것 같다.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고 있다. G20 중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지만 모두가 그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한국인이 가진 장점과 단점, 그리고 발견하지 못한 행복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남북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장로교는 북장로교와 남장로교로 바뀌었다. 1885년 북장로교의 선교사인 알렌은 한국에서 광혜원을 세운다. 남장로교는 그보다 10년 늦게 한국에 진출하는데 나의 진외조부는 1895년 한국에 왔다. 1897년 진외조부는 동학운동이 일어난 지역을 찾다가 나주로 갔으나 1년 만에 쫓겨났다. 당시는 향교가 매우 강하여 배척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진외조부는 목포로 가서 학교를 세우고 선교생활을 하다가 1912년 전주로 이동했다. 그 와중에 나의 할머니는 1899년에 결혼을 하였고 아버지는 1926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1959년 생이며 전주에서 태어났으나 나의 고향은 바로 순천이다. 나의 부친은 불행하게 돌아가셨다. 당시 한국의 뒤쳐진 의학과 부족한 자원으로 돌아가신 것과 다름이 없다. 이후 나는 앰뷸런스 보급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어머님의 도움으로 앰뷸런스를 기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한국이 발전을 이끈 세가지 이유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한 이북사람이 남한이 북한보다 잘산다고 들었다며 그 이유를 물어왔다. 순간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항쟁 당시 통역을 했다가 5공화국으로부터 많은 제약을 받기도 했었다. 나에게 남한이 잘 사는 이유를 물어온 북한인이 고위관리일지 정보부원일지 모르는 상황이라 나는 매우 조심스러웠으나 결국 특유의 성격이 발동해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다.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사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어린시절 나는 친구들과 박정희 기념식수에 방뇨를 할만큼 그를 싫어했으나 철이들고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다. 미국의 영웅 아브라함 링컨보다도 더 훌륭한 대통령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의 근로자다. 구로공단에서 돈을 모으기 위해 특히 여성근로자들은 16시간씩 일하며 심지어 머리카락도 내다 팔았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고생을 하고 희생을 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세 번째 이유는 한국의 어머니들이다. 근면하고 절약하는 생활로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며 교육에 노력한 결과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세가지 이유를 약 40분간 설명을 했으나 이북사람은 이를 부정하며 대한민국이 줄을 잘 섰기 때문에 발전했다고 말한다. 남한은 미국의 뒤에 줄을 섰고 북한은 러시아의 뒤에 섰기 때문에 남한이 잘 산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미국 뒤에 줄을 선지 100년이 넘은 필리핀을 보고도 한국이 잘사는 이유가 단지 그것이라 생각합니까?”
대한민국의 문제점
대한민국의 문제점 몇가지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문제점은 한국인이 타협에 궁색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강국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타협이다. 한 때 미국에서는 국회를 주 단위로 구성하자고 했고 반대파는 인구비례로 구성하자고 했다. 그들이 대립하고 있을 때 벤자민 프랭클린이 주 단위로 구성하는 상원과 인구비례로 구성하는 하원을 만들자고 타협안을 내놓게 되고 그들은 서로 양보와 타협을 하여 미국의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하게 된다.
한국 사람은 타협과 양보란 나의 패배, 그리고 타인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견 대립이 발생할 때 서로의 중간에서 타협하는 것이 바로 윈윈(win-win)이다. 서로 조금씩 손해를 감수하고 그 이상의 이익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로 한국 사람은 단합을 잘 하지 못한다. 방 안에 한국인 두명을 두고 몇시간 뒤에 보면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단합하지 못하는 한국인을 꼬집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말하는 유태민족보다 한국인은 더욱 똑똑하다.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은 1년이면 차를 사고 5년이면 집을 마련한다. 나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유태인과 한국인의 차이점을 시험공부 중에 느꼈다. 한국인 선배들을 찾아 기출문제나 요약본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태인들은 그런 자료를 서로 공유한다. 한국인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말하지만 유태인들은 서로 축하한다. 세 번째로 한국 사람은 배타적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듯하다. 뿐만아니라 일본의 독재와 군사정권의 독재로 인해 준법정신이 부족하다. 하지만 여기서 비롯된 장점도 존재한다. 우리에겐 법문화 보다 우수한 체면문화가 있다. 우리는 체면을 위해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앞서 대한민국 사람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일부 사람들은 아직 대한민국은 ‘부족하다’, ‘멀었다’고 말한다. 이에 관한 나의 답변은 한가지다. “대한민국은 부족하지 않다. 다만 고성장으로 인해 발생한 의식격차로 그렇게 느낄 뿐이다.” 세브란스 병원의 현재 모습을 보자. 진료 후 간단한 절차로 근처의 모든 약국이 검색된다. 그 검색된 약국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그 약국으로 이동하면 이동하는 사이 선택한 약국으로 처방전이 준비된다. 이런 모습을 본 미국 사람들은 모두 감탄한다. 한국에서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던 나는 미국에서 바로 1등을 했다. 나는 한국의 우수함을 알고 있다. 바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우수함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일부 한국인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7~80년대 미국의 교육은 난롯가에서 이뤄졌다. 난방이 힘들어 가족들 모두 난로 근처에 모여 있었고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래서 어른이 필요했다. 당시 한국의 교육은 안방 아랫목에서 이뤄졌다. 어린 시절 순창에서 살며 나는 어른들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나는 미국에서 카터, 클린턴, 부시 등의 대통령을 만났고 한국에서도 많은 대통령을 만났으며 북한에도 다녀왔지만 그들의 앞에서 항상 떨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어른들로부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배웠기 때문이다.
현대 우리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은 낮에 학교를 가지만 출석만 할 뿐 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수업은 밤에 학원에서 듣는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면 각자의 방에 들어간다. 이로 인해 어른들에서 사람 교육을 받지 못한다. 교육은 시험점수를 잘 받는 것에 목적을 두지 말고 인간성 회복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현재의 모습은 우리 기성세대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인 것이다.
긍정적인 한국의 미래
한국인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계에 나가서 한국국제협력단과 같은 단체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전도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을 때 열 몇척이 아닌 수백척을 만들어 서구 열강을 점령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제국주의적인 근성이 없음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타민족들 중 특히 일본 평화봉사단의 경우 한국보다 10배 이상의 돈을 쓰지만 10분의 1정도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자민족과 단합을 잘 못하지만 타민족과 융화하는 능력은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IMF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사가 내게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한국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랍민족은 남을 잘 돕는 민족이 아니다. 그러나 아랍으로 진출하여 길을 닦아주고 건축을 해주며 간호사들을 파견하여 봉사를 했던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의 국제적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기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우리의 조선사업을 보자. LNG운반선의 경우를 보면 LNG가스를 영하 70도 액체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최고다. 두 번째로 철강산업을 보면 광양제철소에서는 철을 만들 때 코크스(cokes)를 사용하지 않고 철을 만든다. 그 결과 아무리 철 값이 떨어져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런 기술들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중요한 기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1위를 했다. 도요타의 이미지 추락으로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령은 더욱 빨라지리라 예상한다.
전국 곳곳에 깔린 인터넷 회선을 비롯한 IT인프라는 세계 최강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수준의 고속인터넷망을 가지고 있다. 일부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나 자료를 가지고 이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조차도 발전에 힘이 된다. 내 아들은 미국을 방문하면 매우 답답해 한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너무 느리고 전화기도 자주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느 지역에서나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핸드폰이 끊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TV도 본다. 삼성이 작년까지는 소니를 2~3년 정도 앞섰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10년 이상 앞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를 보니 애플을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은 듯 싶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꼭 고쳐야할 점이 있다. 한국인은 외제를 보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한 때 김대중 대통령은 나를 불러 일본과 문화 개방을 하려는데 우려가 되는 부분을 말씀하셨다. 1910년 영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한 교수는 ‘조선, 수도에서’라는 책을 통해 위생적으로 종로가 지저분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문화는 영국보다 우수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문화개방이후 한류가 발생했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터키에 방문했을 때 음료수를 사려고 하는데 가게 주인이 나타나지 않기에 들여다 봤더니 가게 주인은 손님이 찾아온 것도 모를 정도로 한국의 사극을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 부족한 것 없이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도 있다. 다만 세계에 우뚝서기 위해 부족한 1%, 바로 타협과 단합하는 자세와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가면 된다.
정리=최용준 주임(jun@khd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