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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조병석(31)씨는 2005년 25만원짜리 '초저가 베이징(北京) 3박4일' 상품으로 중국에 다녀왔다. 2성급 호텔에서 묵으며 톈안먼(天安門) 광장, 이허위안(和園)을 대충 둘러보고 조선족 가이드를 따라 한약방 및 발 마사지 센터에도 들렀다.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올해 설 연휴, 동남아 여행을 가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동양의 하와이'라는 한 여행사 광고에 솔깃해 109만원짜리 중국 하이난(海南) 4박5일 상품을 예약했다. 5성급 리조트에 묵고 탕이 40개나 있는 초대형 온천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설명이 그럴듯해 보여서다.
중국 여행이 저가항공이나 배를 타고 가 값싼 한약이나 '짝퉁' 명품 등을 구입하고 돌아오던 '싸구려 관광' 대신 값비싼 호텔·리조트와 스파로 무장한 고가 상품으로 기수(機首)를 돌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해외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분 패키지(가이드 없는 패키지)' 평균 가격은 2005년 44만5000원에서 2007년 83만7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설 연휴 상품을 판매 중인 각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30만원 미만의 저가 상품이 뒤로 밀리고 하이난, 샤먼(廈門) 등으로 떠나는 80만~100만원대 고가 상품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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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중국사업부 정의식 차장은 "고급 호텔에서 묵으며 온천을 즐기는 휴양형 패키지는 다른 상품보다 20% 정도 비싼데도 지난해 같은 기간(1·2월)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며 "베이징, 상하이(上海) 중심에서 벗어나 쿤밍(昆明), 하이난, 루산(盧山) 등으로 여행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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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신 4개월인 유혜진(29)씨 부부는 지난 12월 역시 임신 중인 친구 부부와 1인당 80만원짜리 하이난 5일 상품 여행을 다녀왔다. 김씨는 "동남아에 가면 한국 사람이 태반이어서 '쉰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것 같아 아직은 덜 알려진 하이난으로 갔다"며 "의사소통이 힘들어 시내 관광하기는 불편했지만, 리조트 자체는 같은 가격대의 동남아 상품과 비교했을 때 훨씬 깨끗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