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요일 속에 神의 이름이 숨어 있다?
요일에 별 이름 붙였던 로마제국… 일요일(Sunday)은 해, 월요일(Monday)은 달에서 따와
로마 멸망 후 유럽 주인 된 게르만족… 자신들 신화 속 신의 이름 요일로 썼죠
오늘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났어요. 게다가 금요일이에요. 저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소리쳤어요.
"야호, 불금이다!" 그러고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려고 바로 뛰어나갈 준비를 했지요. "얘, 왜 이렇게 수선을 떠니? 그리고 도대체 불금은 무슨 말이야?" 엄마께서 빨래를 널다 말고 달려오셨어요.
"불금요? 그거 '불타는 금요일'을 줄인 말이에요."
"요즘 애들은 정말 이상한 말을 만들어 쓰는구나. 그런 말 꼭 써야겠니?"
"친구들이 다 쓰니 덩달아 따라 하나 봐요." 학원 갈 준비를 하고 있던 누나가 거들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한마디했지요.
"아무리 신나더라도 조심하렴. 오늘은 금요일이 맞기는 하지만 13일의 금요일이거든! 괜히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다가 사고 치지 말고."
"어, 그런가?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었나?" 달력을 보니까 오늘이 정말 13일이지 뭐예요.
"누나, 그런데 왜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한 날이야?" 누나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러자 엄마께서 설명해 주셨어요.
"사실 근거 없는 미신이야. 서양에서도 19세기 이전에는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여겼다는 뚜렷한 기록도 없단다. 오히려 20세기 들어 널리 퍼지게 된 미신이지."
- ▲ 화요일(Tuesday)-티르, 수요일(Wednesday)-오딘, 목요일(Thursday)-토르, 금요일(Friday)-프레이야. /위키피디아
"그렇게 금요일과 13일을 끼워맞추는 게 억지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고대 유럽의 켈트족 전설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단다. 왕이 12명의 장군을 거느리고 전쟁터에 나가 승리했는데, 돌아와보니 장군이 13명으로 늘었다는 거야. 그래서 왕이 13번째 장군한테 이름을 물었더니 '죽음'이라고 대답했대. 그리고 며칠 후 왕이 죽었다는 얘기야."
"그래서 13을 불길하게 여겼다는 거군요. 어쨌거나 13이든 금요일이든 근거 없는 미신이네요. 서양에서 온 얘기니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네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쏜살같이 뛰어나갔는데, 얼마 가지 못해 걸음을 멈춰야 했어요. 친구한테서 문자가 왔기 때문이에요. '엄마랑 마트 가야 해서 너랑 못 놀아. 미안' 이런! 부랴부랴 다른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려 봤더니 모두들 다른 일이 생겨서 나올 수 없다는 거였어요.
"쳇, 역시 13일의 금요일은 별로 안 좋은 날인가 보네."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었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이 금요일이라면, 그렇게 오랜 옛날부터 '요일'이라는 게 있었다는 걸까요? 아빠께서 제 궁금증을 풀어주셨어요.
"7일을 한 주(週)로 삼는 방식은 무척 오래되었단다. 예수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쓰인 '구약성서'에도 하나님이 첫째 날부터 세상을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하루를 쉬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
"아빠! 그런데 토요일이라고 할 때 '토(土)'는 토성(土星)을 가리킨다고 배웠어요. 영어로 토요일을 가리키는 'Saturday'도 토성을 뜻하는 새턴(Saturn)의 날이라고 들었고요. 그런데 금요일은 왜 금성을 뜻하는 비너스(Venus)의 날이 아니에요?" 역시 우등생인 누나의 질문은 다르군요. 언제 저런 것까지 알고 있었을까?
"우리 딸 똑똑하구나. 일요일(Sunday)은 해(sun), 월요일(Monday)은 달(moon), 이렇게 요일에다 별이나 행성 이름을 붙인 건 로마 사람들이었대. 네 말처럼 비너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움의 여신이면서 금성의 이름이지. 그런데 왜 금성의 날인 금요일이 'Friday'냐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다음 유럽의 주인이 된 게르만족의 신화에는 프레이야(Freyia)라는 미(美)의 여왕이 나온단다. 게르만족은 비너스의 날을 프레이야의 날로 바꿨는데 그것이 바로 'Friday'야."
그렇게 해서 금요일뿐 아니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도 게르만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날로 바뀌었답니다. 로마신화에서 전쟁의 신이자 화성을 가리키는 마르스의 날(화)은 티르의 날(Tuesday), 지혜의 신이자 수성을 가리키는 머큐리의 날(수)은 오딘의 날(Wednesday), 천둥의 신이자 목성을 가리키는 주피터의 날(목)은 토르의 날(Thursday)이 된 거죠.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요일을 사용했어요?"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 서양에서 들어온 역법(曆法)을 사용하면서부터라고 해. 역법은 시간을 구분하고 날짜의 순서를 매겨 나가는 방법을 뜻하지. 서양에서 들어온 요일이 행성을 뜻하는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동양에서도 화성·수성·목성 등에서 요일 이름을 따서 쓰게 되었단다."
우와, 요일 이름에 이렇게 재미난 유래가 있었다니! '13일의 금요일'이 재수 없는 날만은 아니군요. 이날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유익한 지식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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