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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준구 교수 "대운하, 시대착오의 극치" 신랄한 비판-전화영어

조태형 2008. 1. 16. 09:33

서울대 이준구 교수 "대운하, 시대착오의 극치" 신랄한 비판

“환경 악영향 과소평가”..홈페이지 접속폭주 다운

 

경부고속철사업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의 타당성 평가에 참여해 온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이명박 당선자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 파문이 예상된다.

15일 이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 산업’이라는 1만5천여자 분량의 글에서 “멀쩡한 강에 갑문을 만들고 멀쩡한 산에 수로 터널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당선인 측의 평가 보고서에 사업의 편익이 비용의 2.3배로 나온 것은 대운하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대운하 사업을 통해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평가 결과가 이렇게 좋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원한다면 이해 관계를 갖지 않은 전문가에게 평가 작업을 다시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경부고속철 사업 타당성 평가 회의에 참석했을 때 정부의 의지 때문에 전문가 의견이 묵살되고 결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던 경험을 언급하며, 전문가가 검토하더라도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민자 유치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허구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부 돈을 들이지 않고 민간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니 국민이 염려할 바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민간 업자는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지불하는 비용만 고려하기 때문에 환경파괴를 비롯 사회적 관점에서 본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치인은 임기만 채우면 퇴장할 수 있으나 정치인이 남긴 유산은 국민이 두고 두고 안고 살아야할 운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섣불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 같은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사업을 강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 교수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신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인이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꼭 지켜야할 공약이 있는 반면 지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공약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글과 관련해 “경제학자로서 외부 경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인 대운하 찬성 분위기에 경종을 올리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입장 자체는 옳은 것이다”며 “내가 구체적인 수치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파악하기 어려운 외부 경제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운하로 얻는 이득이 비용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확신이 없다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자신의 주 비판 대상이 이 당선자 본인이라기 보다는 언론에 등장하는 운하 찬성론자라고 설명하는 한편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도 비슷한 톤으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이 교수의 홈페이지는 트래픽 사용량 초과로 접속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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