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 ‘완전하고도 충실한 핵신고’의 요구해온 미국이 핵문제 진전을 위해 북한으로부터 핵신고 중 문제가 될 부분을 추후에 논의하자는 “비밀 핵신고”를 추진하고 있어서 주목되고 있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북 핵담판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국무부 고위관리들과 접촉선을 유지하고 있는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 미국이 북한의 핵신고 요건 가운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확산 간여 대목에 대해서 이를 비밀 문건으로 처리하자는 구상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또다른 외교 전문가도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가 이번주 중국을 방문한 것이 실은 이와 같은 북한의 비밀 핵신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을 위해 북경을 방문중인 힐 차관보의 모습 (사진 출처: AP) | |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문가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27일 일본 방문중“핵신고의 형식이 어떤 것인지, 또 분량이 얼마나 될지, 또 신고문건을 들고 얼마나 서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선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두달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북한 핵신고 문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비밀 핵신고’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 가장 '권위있는'(authoritative)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핵신고를 했다고 주장한 이후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와 중유 공급 등 약속을 이행하라며 요구하고 있다.
에 맞서 미국은 북한의 핵신고가 미흡하다면서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신고를 촉구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핵신고 요건을 낮추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실례로 힐 차관보는 북한이 신고할 플루토늄의 양이 ‘30kg든, 40kg든, 50kg든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신고의 정확성과 검증”이라고 천명한 것이 있다.
FA는 북한 핵신고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일본 발언도 비밀 신고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핵신고를 마무리 짓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플루토늄 대목은 공개하더라도, 북한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확산 문제를 비밀 신고로 처리함으로써 미북 양측이 서로 편의를 취하는 ‘윈윈’(win-win)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지난달 하순 비공개 저녁자리에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북한 핵신고 문제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현재 북한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비밀 핵신고 구상이 상당 수준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북한에 엄격한 핵신고를 요구했던 미국이 이처럼 비밀 핵신고를 추진하려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RFA는 보도했다.
미 의회조사국 닉시 박사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핵신고를 비밀로 처리할 경우 공개 신고보다는 훨씬 더 세부사항이 결여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북한에겐 핵신고 비판자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 닉시 박사는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가 공개적으론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신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론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와 신고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라늄 농축같은 과거 핵문제는 불문에 붙이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닉시 박사는 부시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미국에 대해 대북 핵신고 요건을 낮출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온 중국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대북 비밀 핵신고를 추진하려 한다는 소문은 약 2주전부터 워싱턴 외교가에 회자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미국의 비밀 핵신고 구상은 핵신고 요건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신고를 유도하려는 ‘신축적’ 태도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그러나 RFA는 클링너 선임 연구원이 "북한은 결국에 가선 비밀 핵신고 내용이 공개될 것에 대해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비밀 핵신고를 통해 우라늄 계획이나 핵확산을 시인해버릴 경우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고 있다"며 북한이 이같은 구상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2002년 미국측에 비밀 농축 우라늄 계획을 시인해
미북관계가 얼어붙었고,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했다가 북일관계가 뒤틀렸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령 미국측이 비밀 핵신고 안을 들고 나오더라도 이와 같은 ‘자백형식의 신고'에 무척 조심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저러한 미국의 '북핵 돌피구'가 정작 직접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림 코나스 기자 (c45acp@naver.com)
이곳도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