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대피로 ‘경량 칸막이’ 모른 채 방치…숙지해야
<앵커 멘트>
지난 11일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명동 아파트 화재는 비상 대피 방법만 알았어도 끔찍한 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마다 발코니에 탈출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방치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허성권기자입니다.
<리포트>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화명동 아파트 화재.
숨진 가족 중 3명은 더 이상 불을 피할 수 없는 발코니에서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당시 발코니에는 벽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가 있었지만 피해자는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성관(부산 북부소방서 화명119 팀장) : "화재라는 게 자주 안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망각하고 있거나 실제로는 알고 있어도 대피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경량 칸막이는 0.9센티미터의 얇은 석고보드로 제작돼 발로 차는 충격만으로 쉽게 부서져 옆집으로 통하는 대피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1992년 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하도록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관련 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대피공간 설치 규정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경량 칸막이가 붙박이장이나 세탁기 등 장애물로 막혀있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발코니 쪽에 있어서 저희도 멋모르고 짐 놔두고 했는데"
설치 규정은 강화됐지만, 관리 규정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같은 경량 칸막이는 이렇다할 규정이 없어 주민 스스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과 이웃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통로인 경량 칸막이, 주민들의 외면 속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성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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