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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낀채 눈은 휴대폰에… 당신은 길거리 폭탄

조태형 2014. 1. 17. 10:07

 

 

이어폰 낀채 눈은 휴대폰에… 당신은 길거리 폭탄(1.16)

 

[횡단보도 건널 때도 몰두… 운전자들 "아찔한 순간 많다"]

"왜 길 막고 서서 안 비키나" 지하철 통행 시비 2배로 급증
스마트폰 이용자의 21.7%가 "폰 때문에 사고날 뻔했었다"
車경적 알아챌 수 있는 거리… 폰 사용중엔 57% 짧아져 위험

지난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70대 남성이 20대 청년을 밀어 넘어뜨렸다. 영문도 모른 채 객차 바닥에 넘어졌던 김모(27)씨는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일어서며 이모(76)씨에게 항의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다지 그를 옹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씨가 "비키라고 도대체 몇 번을 얘기했는데 꼼짝도 않느냐"며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사람이 가득한데 누가 지나가든 신경도 안 쓰고 길을 막고 서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호통쳤다.

사달은 스마트폰 때문에 벌어졌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던 김씨에게 이씨의 말이 들릴 리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말로 하지 왜 사람을 밀치느냐"며 투덜대다가 이씨가 사라지자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는 점점 똑똑해지며 '스마트폰'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반대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다. 지하철, 도심 번화가 등 공공장소에서 특히 그렇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조작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조작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혼잡한 장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람들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올해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4000만명에 이르면서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서울 지하철 내 시비·폭행으로 인한 112 신고 건수는 2011년 436건에서 작년 776건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스마트폰에 몰두하느라 장애물처럼 통행을 방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수사대의 한 간부는 "지하철 전동차 내 시비·폭행 신고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스마트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때문에 넋을 놓는 사람들이 심각한 사회적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빠진 '무의식 보행자'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차를 몰고 회사로 가는 길에 신호에 걸려 있다가 파란불로 바뀌어 출발하려는데 한 여학생이 아무 생각 없이 차도로 내려서는 바람에 사고를 낼 뻔했다"며 "차창을 열고 소리를 질렀는데도 스마트폰만 보면서 별일 없다는 듯 걸어가 버리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차도에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느라 앞도 못 보고 소리도 못 듣는 사람들 때문에 지뢰밭을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간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경기 지역 횡단보도 10곳을 대상으로 보행 행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보행자 5만4604명 중 25%는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 사고에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눈팔던 보행자 중 27%는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자사(自社)가 처리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관련 사고가 2009년 437건에서 2012년 848건으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21.7%가 스마트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보행하면 차량 경적을 인지하는 거리가 42~57%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교통안전공단 정일영 이사장은 "보행자가 차에 부딪히는 사고는 치사율이 높다"며 "순간적 부주의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만큼 길을 건널 때는 스마트폰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교수는 "사람 주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폰은 시각·청각 정보 처리뿐 아니라 동작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걷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