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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이름이 가장 많은 생선은?

조태형 2014. 1. 21. 07:15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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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이름이 가장 많은 생선은?

입력 : 2014.01.2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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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방법에 따라 황태·동태·북어, 포획 방법에 따라 조태·망태가 있고 계절에 따라 춘태·추태가 있어요
오래 저장해도 맛·영양 잃지 않고 예전부터 사랑받아온 생선이래요

동태, 생태, 황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지요? 바로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생선 이름이에요. 동태와 생태로는 찌개를, 황태로는 찜을, 북어로는 국을 만들기 좋지요.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어울리는 요리도 다르지만, 이 이름이 모두 '명태(明太)'라는 물고기 한 종류를 가리킨다는 것을 아나요? 명태는 '세상에서 가장 이름이 많은 물고기'라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요. 갓 잡아 올린 것은 '생태', 생태를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와 같이 상태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지요.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등 포획 방법에 따른 이름도 있어요. 봄에 잡은 것은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와 같이 잡는 시기에 따라서도 다른 이름이 붙습니다.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라고 부르고요.

명태는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에요. 그래서 1월에 알이 꽉 차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지요. 명태는 머리와 입이 큰 특징을 가진 대구과(科) 물고기로, 등지느러미는 3개, 뒷지느러미는 2개이며 아래턱에 짧은 수염이 1개 있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일본의 주요 수산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 해안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해요.

수많은 물고기 중 명태가 오랜 시간 우리에게 귀중한 식량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오랫동안 저장해도 맛과 영양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음식이 상하는 이유는 공기 중 산소가 음식의 기름 성분과 반응하거나 음식에 달라붙은 미생물이 음식을 분해하며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 조상은 겨울과 같이 먹을거리가 귀해지는 시기에 대비해 냉동법, 염장법, 건조법 등 다양한 저장법을 연구했어요. 음식을 냉동하면 미생물 활동이 느려지고, 소금에 절이면 미생물의 생체 기관을 망가뜨릴 수 있으며, 말리면 미생물을 말라 죽게 할 수 있지요. 동태는 냉동법을, 북어·황태·코다리 등은 건조법을 이용해 만든 것이랍니다. 그런데 왜 같은 건조법을 사용했는데도 이름이 다른 걸까요?

[재미있는 과학] 이름이 가장 많은 생선은?
/그림=정서용
먼저 북어는 보통 바닷가에서 부는 바람으로 빠르게 건조하여 만들어요.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맞지 않도록 거둬들이지요. 그러면 수분이 거의 빠져나가 살이 매우 단단해집니다. 코다리는 북어와 같은 방법으로 말리지만, 수분을 어느 정도 남겨두어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한 거예요. 하지만 황태를 만드는 방법은 이와 다릅니다. 물고기를 말리는 곳을 '덕장'이라고 하는데, 황태 덕장은 영하 10도 이하의 매우 추운 곳에 있어요. 그리고 황태를 만들 때는 북어와 달리 눈이 와도 그대로 매달아 두지요. 황태 덕장에 매달린 명태는 한밤중에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살을 받아 녹는 과정을 반복해요. 4~5개월 동안 얼었다가 녹는 과정을 거치면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 황태가 만들어지지요.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황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요. 환경 조건이 아주 까다롭거든요. 황태를 만들 때 바람이 너무 불면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찐태', 너무 추우면 꽁꽁 얼어붙은 '백태', 너무 따뜻하면 검게 변한 '먹태'가 되어 상품 가치가 사라져요. 그래서 좋은 황태를 만들 수 있는 장소는 강원도에서도 일부 지역뿐이라고 해요. 그 장소에서도 날씨에 따라 황태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황태는 '하늘이 내린 음식'이라고도 하지요.

북어와 황태의 큰 차이는 육질에 있어요. 북어는 두드렸을 때 가루가 날리지 않지만, 황태는 가루가 날릴 정도로 속살이 부드러워요.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물의 상태 변화 때문이에요. 물은 얼음이 될 때 부피가 커지는 특징이 있어요. 밤에 명태 몸속에 있던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면서 명태 살의 조직을 벌어지게 했다가 낮에 다시 물로 변하면 갈라진 조직 사이로 물이 스며들지요.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명태 살은 점점 잘게 쪼개지고 늘어나 포슬포슬해진답니다.

어떤가요? 물이 얼었다가 녹는 과정이 반복되어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요? 그런데 얼었다가 녹는 것이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동태는 명태를 잡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마치 생태처럼 신선하게 먹으려고 만든 거예요. 하지만 한번 얼렸다 녹인 명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직이 갈라지고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에 생태보다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아주 빠르게 얼리면 얼음 결정이 아주 작게 만들어져 조직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해요. 금붕어를 액체질소(끓는점 영하 196도)에 넣으면 순식간에 얼어붙는데, 이 금붕어를 다시 물에 넣으면 몸이 녹으면서 다시 움직일 정도로 조직 파괴가 적지요. 그렇다고 아무 동물을 가지고 함부로 실험해서는 안 돼요. 대부분의 동물은 깨어날 수 없고 금붕어도 너무 오랜 시간 얼려두면 되살아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실험은 언제나 어른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