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육갑질
도울은 ‘신동아’ 90년 1월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한 바 있다.
“나는 나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런데 나는 이 순간 노태우를 더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쓴다. 왜냐? 노태우는 이미 개인이 아니다. 그는 개인은 개인이로되 보편세계사적 개인이다. 철학자인 나는 그 노태우라는 개인의 보편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썼다.
헤겔이 나폴레옹에게 한 말을 인용하여 노태우에게 극단적인 찬사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헤겔은 진리추구로서의 순수한 철학을 망가뜨린 사람이다. 철학은 사실상 칸트로서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헤겔의 철학은 니체의 초인사상을 낳았고 나치즘을 유발시켰다. 그런데 도올은 노태우에게 바쳤던 그 헤겔의 찬가를 노무현에게 고스란히 옮겼
참여정부 초창기에 도울은 “노무현은 그야말로 세계정신입니다. 개인이 아니에요!” 라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떠들어 댔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일을 다 알며 그 어떤 얘기를 해도 그분에게는 새롭지 않다는 전능성까지 부여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도울은 혹시 盧씨 성을 가진 대통령에게 무슨 징크스라도 있는 것일까?
도울은 언젠가 한 시사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사회를 100% 컨트롤하고 있는 사람” 이라면서 “그가 100점이라면 노무현은 최소한 70~80점은 되어야 정상회담이 가능한 거 아니냐?” 고 해괴망측한 주장을 했었다. 나는 그때 도울이 얼마나 위험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위인인지를 통감했다.
도울은 김정일이 100점 만점이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빵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는 김정일의 통치술만 눈에 들어오고 북한주민들의 아비규환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그 당시 그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여 김일성의 항일투쟁기록을 소개하면서 날조된 것으로 판명된 일화들까지 마치 진실인 양 호도했었다.
그래, 도울의 말대로 김일성이 진짜 열렬한 항일투쟁가였다고 치자. 그러나 북한주민들을 일제시대 때보다 훨씬 더 비참하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기위하여 중국으로 도망쳤다는 소린 들었어도 배가 고파 중국으로 도망쳤다는 소린 못 들었다. 설움 중에 가장 큰 설움이 뭔지 아는가? 배고픈 설움이다.
나라 잃은 설움보다 훨씬 더 큰 설움이 바로 배고픈 설움이다. 삼일만 굶어보라! 내 말이 진짠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진리는 상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배를 쫄쫄 굶어가면서 무슨 얼어 죽을 주체사상인가?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갔다 온 도울은 요즘 그 특유의 육갑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황금시간대에 KBS-TV를 통해 안방에 방영된 도울의 육갑질은 차마 눈뜨고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은 판단력이 있는 분이니 앞으로도 북한 사회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북한의 폭압독재를 비호하면서, 김정일의 ‘주체철학’ 저작을 소개하며 “나도 사상가고 그도 사상가다. 이 양반(김정일)도 철학에 대한 대단한 견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이 판단력을 갖춘 대단한 철학자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북한사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하긴 노 대통령도 남북의 평화와 발전은 김정일의 만수무강에 달렸다는 식의 말을 했었다. 도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생겼기에 그런 사고가 가능한 것일까? 내가 판단할 때 도올은 히틀러를 숭앙하고 있는 독일의 스킨헤드족만도 못한 위인이다.
더 한심한 건 KBS다. KBS는 도울의 그런 넋빠진 얘기를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부터 한시간 동안이나 방영하였다. 이게 대체 뭐하는 수작인가? 국민들이 죄다 울화병에 걸려서 쓰러지기라도 바라는 건가? 무슨 세금 걷듯이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여 기껏 한다는 게 그 따위 짓인가? 거짓말도 백번하면 진실이 된다는 빨갱이 수칙을 실천하는 것인가?
도울은 문제가 되었던 아리랑 공연에 대해서도 “모든 인민들이 모여서 아리랑을 보면서 ‘우리는 주체적, 의식적, 자발적, 능동적으로 이 세계를 개혁해 나간다. 굶어 죽어도 좋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명예롭게 살자. 잘 사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느낀다” 면서 “아리랑은 어마어마한 가치체계”라고 주장했다. 뭐시라? 굶어 죽어도 좋다고? 이런 미친...
도울같은 위인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자신이 살 수 없는 곳을 미화하고 자신이 섬길 수 없는 지도자를 찬양하는 도울은 더 이상 철학자가 아니다. 김정일이 대단한 사상가라면 네로나 히틀러도 대단한 사상가일 터이다. 인민을 수백만명씩 굶겨죽이는 사상이 ‘우리 식대로 살기’로 포장된다면, 도울은 美帝식민지를 떠나 하루속히 장군님의 품안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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